새벽어둠을 밟으며 가는 길에는 언제나 발자국소리와 함께합니다. 지난여름 내내 나뭇가지에서 내려다보던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함께하고 있습니다. 그래서 늦가을 새벽 숲은 외롭지 않습니다.
아직 숲에 하늘의 빛이 내려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. 그래서 새벽 숲에서의 기도가 행복합니다. 어둠 가운데 기도를 시작하지만 기도의 줄을 다 풀어 놓으면 하얀 늦가을 햇살이 하늘에서 내려와 산꼭대기 제일 높은 가지에 기도응답처럼 걸리기 때문입니다. 그래서 새벽어둠이 자리한 숲으로 들어가지만 영혼은 이미 새벽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.
인생에도 언젠가는 새벽빛이 늦가을 밤 추위를 이긴 숲처럼 밝아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. 가야 할 인생길에 새벽어둠이 내려앉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변함없이 어둠 속에서도 기다리는 하늘을 보며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. 새벽추위를 견디어 가며 하나 둘, 기도의 등불을 나뭇가지마다 밝혀놓을 때 숲으로 찾아오는 아침처럼 인생에도 새로운 날들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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